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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전통 음식

[사라진 궁중다식] 송화다식, 소나무 꽃가루로 빚은 전통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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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다식 가운데에는 조금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독특한 다식이 있습니다. 바로 '송화다식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송화'란 소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를 뜻합니다. 이 소나무 꽃가루를 가루로 내어 반죽하고 다식판에 찍어내 만든 것이 송화다식입니다.

오늘날 다식 하면 주로 콩가루, 흑임자, 녹두가루 등을 활용한 다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조선 후기 기록을 살펴보면 송화가루를 활용한 다식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게다가 조리법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귀한 재료를 사용했기에 특별한 날에 올려지던 고급 음식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송화다식의 역사적 기록과 특징 그리고 현대적 의미까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문헌 속에 등장하는 송화다식


송화다식은 조선 후기 음식 관련 문헌들에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임원십육지(1827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 松花茶食法(송화다식법): 송화에 蜜水(꿀물)로 반죽하여 板印出(판에 박아낸다)."

즉, 소나무 꽃가루에 꿀물을 넣어 반죽하고 다식판에 넣어 찍어내면 송화다식이 완성된다는 의미입니다. 과정은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송화가루를 곱게 걸러내고 꿀과의 비율을 맞추는 데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 다른 기록에서는 '송화 1, 꿀 1로 반죽하여 박는다'라는 구절이 전해집니다. 이는 곧 송화가루와 꿀을 1:1 비율로 사용했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조리법 속에서 오히려 재료의 귀함과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2. 송화다식의 형태와 종류


흥미로운 점은 송화다식에도 변형이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시의전서》에 따르면, 정조 시대 무렵에는 두 가지 형태가 공존했습니다.

1. 송화가루 100%로 만든 다식

2. 송화가루 + 진말(쌀가루로 추정) 혼합으로 만든 다식

즉, 송화만을 온전히 사용하는 방식과 곡물가루를 일부 섞어 사용하는 방식이 모두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재료 수급 상황이나 의례의 성격에 따라 달라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순수 송화다식은 매우 귀하게 여겨졌을 것이며 혼합형은 좀 더 실용적인 버전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3. 송화가루의 의미와 쓰임


그렇다면 왜 굳이 소나무 꽃가루를 사용했을까요? 소나무는 예로부터 장수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 중요한 의례나 제사에 자주 쓰였습니다. 소나무 꽃가루는 영양 면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단백질, 비타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기력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송화다식은 단순히 꽃가루로 만든 간식이 아니라 보양적 성격과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음식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양반가에서 제사상이나 큰 잔치에 올려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도 등장했을 것입니다.

 

[사라진 궁중다식] 송화다식, 소나무 꽃가루로 빚은 전통 과자


4. 사라져가는 음식, 그리고 현대적 재조명


안타깝게도 송화다식은 현대에 거의 전해지지 않습니다. 소나무 꽃가루를 대량으로 채취하기 어렵고 손질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전통 음식 문화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송화다식은 일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통 음식 복원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송화다식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부 한식 연구가와 전통음식 장인들은 옛 문헌을 토대로 송화다식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식으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웰빙과 맞닿아 있는 전통 간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5. 송화다식과 다도의 어울림


다식은 원래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송화다식 또한 은은한 향과 가벼운 식감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송홧가루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솔향이 배어 있는 맛은 녹차나 황차와 좋은 조화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다도의 맥락에서 본다면 송화다식은 격조 있는 다과였습니다.


6. 송화다식이 던지는 의미


송화다식은 오늘날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재료가 아닌 소나무 꽃가루라는 특별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의례와 보양, 미학적 가치가 결합된 전통 음식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현대인에게 송화다식은 단순한 옛날 음식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음식문화유산입니다. 이를 복원하고 연구하는 노력은 단순히 한 끼 간식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계승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송화다식은 소나무 꽃가루와 꿀을 반죽해 다식판에 박아낸 조선 후기 문헌에 등장하는 귀한 다식입니다. 《임원십육지》와 《시의전서》 등에 송홛다식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송화가루 단독형과 혼합형이 모두 존재했습니다. 소나무의 상징성과 영양학적 가치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간식 그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궁중음식이지만 다시 재현되고 있는 송화다식은 우리의 음식문화가 가진 다양성과 깊이를 잘 보여줍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음식, 그것이 바로 송화다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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