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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전통 음식

[전통 보양식] 황육탕, 동의보감에 기록된 황달 치료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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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겼습니다. 흔히 말하는 ‘약식동원’, 즉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생각이 일상 속에 스며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허하거나 병이 생기면 약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알맞은 음식을 통해 회복을 돕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황육탕'은 바로 그런 전통 지혜가 담긴 특별한 음식입니다. 이름 그대로 노란빛을 띠는 고깃국으로 동의보감에 기록된 황달 치료용 음식이었습니다.


1. 황육탕은 어떤 음식이었을까?


황육탕은 ‘노란색 고깃국’이라는 뜻을 가진 전통 음식입니다. 쇠고기를 기본 재료로 사용해 푹 끓인 국물에 간장, 생강, 그리고 강황을 더해 색과 향, 효능을 보강했습니다. 특히 강황은 오늘날 카레의 핵심 향신료로 잘 알려져 있는데, 예로부터 염증을 가라앉히고 소화를 돕는 약재로 쓰였습니다. 강황이 들어가 국물에 노란빛이 돌았기 때문에 황육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하지만 황육탕이 단순한 보양식에 그쳤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기록에 남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음식은 『동의보감』에서 황달 치료식으로 소개되며 환자를 위한 맞춤 음식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2. 동의보감에 기록된 황육탕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에는 황달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로 황육탕이 등장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황달이 있는 환자는 살찐 소의 고기를 삶아 국을 만들고, 간장·생강·강황을 넣어 끓여 빈속에 먹으면 소변이 붉어지고 병이 낫는다.”

즉, 황육탕은 황달 증상을 완화하는 ‘식치’, 즉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치료식이었던 셈입니다. 노란색 병증을 같은 노란색 기운을 지닌 재료인 강황으로 다스린다는 전통 의학의 상징적인 사고방식도 이 기록을 톨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황육탕의 재료와 조리법


문헌을 바탕으로 황육탕의 조리 과정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재료 : 쇠고기 (특히 기름지고 살찐 부위)

부재료 : 강황, 간장, 생강, 파

조리법

1. 쇠고기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한번 데쳐 불순물을 없앱니다.

2. 냄비에 고기와 물을 넣고, 생강과 파를 더해 푹 끓입니다.

3. 고기가 무르도록 삶은 뒤 건져내어 결대로 찢거나 얇게 썹니다.

4. 육수에는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강황을 풀어 노란빛을 냅니다.

5. 마지막으로 고기를 다시 넣고 끓여낸 뒤 빈속에 따뜻하게 먹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국밥이나 곰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강황을 넣어 색과 약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전통 보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 보양식] 황육탕, 동의보감에 기록된 황달 치료 음식


4. 왜 사라진 음식이 되었을까?


황육탕은 분명 조선시대에는 의학적 가치가 인정받았던 음식이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져 이름조차 낯섭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현대 의학의 발전
황달은 간 기능 이상이나 바이러스성 간염, 담도 질환 등이 원인임이 밝혀지면서, 음식보다는 전문적인 약물 치료와 의학적 처치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황달 치료식으로서의 황육탕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 강황의 대중화 변화
과거에는 귀한 약재였던 강황이 오늘날에는 카레의 재료로 더 익숙합니다. 사람들이 강황을 섭취하는 방법이 국물 요리보다 ‘카레라이스’로 굳어지면서 황육탕 같은 음식은 점차 잊히게 되었습니다.


5. 황육탕이 주는 의미


비록 지금은 사라진 음식이지만, 황육탕의 기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음식 하나에도 단순한 맛이나 영양을 넘어, 병을 치료하려는 의학적 시도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병이 생기면 약국이나 병원을 먼저 찾지만 조상들은 식탁 위에서 해결책을 찾기도 했습니다. 황육탕은 바로 그 지혜의 상징이자 음식과 의학의 경계가 없었던 시절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마무리


황육탕은 단순한 고깃국이 아니라 황달 환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전통 치료식이었습니다. 『동의보감』의 기록 속에만 남아 있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건강은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대에 와서는 의학적 치료가 우선이지만 조상들의 이러한 식치 지혜는 여전히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언젠가 황육탕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보양식이 등장한다면 한국 전통음식의 다양성과 깊이를 다시금 알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 참고 문헌

 

  • 《동의보감》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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