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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전통 음식

여름철 별미, 개성의 냉만두 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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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더위로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계절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별미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개성 지역에서 유래한 ‘편수’입니다. 편수는 한마디로 말하면 차갑게 즐기는 만두로, 뜨거운 국물 대신 시원하게 식힌 장국이나 초간장에 곁들여 먹는 여름 음식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시의전서』와 같은 조선시대 조리서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한때 여름철 특별한 별미로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편수가 어떤 음식인지, 어떤 역사와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편수란 무엇인가?


편수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조각 난 물’ 혹은 ‘얇은 물 조각’ 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만두피를 얇게 빚어 물에 삶아내는 조리법, 그리고 시원한 장국에 곁들여 먹는 특성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즉, 편수는 단순히 만두의 변형이 아니라 여름에 알맞게 고안된 냉만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기록에 따르면 편수는 개성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특히 채소 위주의 소를 넣어 담백하게 빚어낸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 만두가 고기와 김치 등 비교적 강한 재료를 사용했다면 편수는 오이·호박·표고버섯·달걀 지단 등 부드럽고 시원한 재료를 활용해 입맛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2. 역사적 기록과 『시의전서』 속의 편수


편수는 조선 후기 여러 문헌에서 그 조리법을 찾아볼 수 있는 역사 깊은 음식입니다. 특히 19세기 조선 후기의 종합 조리서 『시의전서』 에서 편수를 만드는 법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 네모나게 썰고, 소를 넣어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군다. 맑은 장국에 띄워 잣을 고명으로 얹는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편수가 모양이 변형된 만두가 아니라 조리법 자체가 별도로 정리된 독립적인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시의전서』는 편수의 계절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날씨에 뜨거운 국물 음식을 피하고 싶을 때 삶은 만두를 식혀 차갑게 즐기는 방식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냉장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삶은 만두를 그대로 먹으면 금세 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국을 미리 식혀 두었다가 그 속에 만두를 담가 시원하게 먹거나 간장을 식혀 곁들여 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편수를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여름철 지혜가 담긴 생활 음식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여름철 별미, 개성의 냉만두 편수


3. 편수의 조리법과 특징


편수의 조리법은 일반 만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만두피는 얇게 밀어내어 네모 모양으로 빚습니다. 보통 만두피는 둥글게 빚는 경우가 많은데 편수는 네모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시각적인 차별성을 두었습니다. 속재료는 계절감을 살린 채소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오이, 애호박, 표고버섯, 두부, 달걀 지단 등을 채 썰어 가볍게 볶거나 양념한 뒤 만두피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만두는 뜨거운 물에 삶아낸 뒤 찬물에 한 번 헹궈 식히거나 미리 차갑게 식힌 장국에 담가냈습니다. 장국은 소고기 양지머리로 우려낸 맑은 국물을 식혀 사용했는데 여기에 파·마늘·참기름 등을 살짝 곁들이면 한여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따로 장국을 곁들이지 않고 초간장에 찍어 먹기도 했습니다.

완성된 편수는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며 보통 위에 고명을 얹어 색감을 더했습니다. 대표적인 고명은 달걀 지단, 실고추, 참기름, 잣가루 등이었으며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동시에 보기에도 시원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4. 여름 음식으로서의 의미


편수는 본질적으로 ‘여름 음식’입니다. 다른 만두 요리와 달리 굳이 식혀 먹도록 고안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뜨거운 만두국은 먹기 힘들었지만 편수는 담백하고 차갑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계절적 수요에 완벽히 부응한 음식이었습니다.

또한 편수는 속재료가 가볍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이 적었습니다. 이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여름철 건강식이자 별미로서 편수가 사랑받았던 배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5. 현대적 의미와 편수의 계승


안타깝게도 오늘날 편수를 직접 맛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성 지역 전통이 이어지지 못한 탓도 있고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이기 때문에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통음식 연구자들이나 고전 요리 복원 프로젝트에서 편수를 재현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정식집이나 궁중음식 전문점에서 여름철 별미로 편수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의 냉만두나 ‘만두 샐러드’ 같은 퓨전 요리에서 편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은 만두를 시원하게 식혀 샐러드와 곁들이거나 간장 소스를 차게 만들어 곁들이는 방식은 전통 편수의 맥을 잇는 조리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편수는 사라진 음식이라기보다 형태를 바꿔 현대에도 그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마무리


편수는 단순한 전통 방식의 만두가 아닙니다.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계절 음식이자, 개성 지역에서 사랑받던 향토 음식입니다. 『시의전서』를 통해 그 조리법이 전해지고 채소 중심의 담백한 속과 차갑게 식혀 먹는 방식 덕분에 여름철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편수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전통을 복원하는 움직임과 함께 여전히 한국 음식문화 속에 숨 쉬고 있습니다. 국물 없이도 시원하고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음식이었던 편수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조상들의 지혜와 미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시의전서》
  • 《규합총서》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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