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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침선장의 금사·은사 자수 기법: 비단 위의 정교한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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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복을 보면 금색이나 은색 무늬가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단 위에 금실이나 은실로 무늬를 넣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과 정교함을 요구하는 일이었고, 당대 최고의 의복 제작 장인인 침선장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은 침선장에 대해 알아보고, 비단에 금과 은을 수놓는 방법과 이 전통 자수 기술이 어떻게 전수되어왔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침선장, 비단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침선장’은 말 그대로 바느질과 자수를 전문으로 하는 장인입니다. 궁중의 왕후복, 대례복, 명절복 등 중요 의례복 제작에 참여했으며, 조선 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기술을 관리하고 전승하기도 했습니다.

침선장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바로 비단 위에 금사나 은사를 사용해 무늬를 넣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궁중 자수’라 불리는 이 기법은 국가무형문화재 제89호로 지정된 바 있으며 현대의 장인들이 이를 복원해내고 있습니다.


2. 비단에 금과 은을 수놓는 방법


비단은 표면이 매끄럽고 섬세하여 일반 실보다 무거운 금사,은사와는 상성이 맞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침선장들은 섬세한 조정과 비밀스러운 기술 조합을 통해 이를 구현해냈습니다.


1) 금사와 은사의 재료


 - 전통 금사는 실제 금을 얇게 펴서 실 위에 감아 만든 것입니다.

 - 은사도 마찬가지로 은박을 얇게 가공해 실에 입혔습니다.

 - 금속이기 때문에 무겁고 잘 꺾이며, 자칫하면 비단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2) 누비기와 감침 기법


 - 금사는 일반 자수처럼 꿰매지 않고, 표면에 얹어 고정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이를 ‘누비기’ 혹은 ‘수금’이라 합니다.

 - 금사를 얹고 얇은 명주실로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하는데, 이때 무늬의 곡선과 패턴을 따라 매우 정교하게 감침질해야 합니다.

 - 바늘을 비단에 최소한으로 찔러 넣어야 하기 때문에 침선장은 비단의 두께, 직조 방향, 금사의 탄성까지 고려해 실을 움직입니다.


3) 전통 접착제 사용


 - 경우에 따라선 금사나 은사를 비단에 ‘자연풀’을 이용해 미세하게 고정한 뒤 자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풀도 쌀풀이나 동물성 아교 등으로, 침선장마다 풀을 사용하는 비율과 농도가 달랐습니다.


3. 금사·은사 문양이 사용된 예: 왕실과 귀족의 옷


이 화려한 자수 기법은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왕후의 곤룡포, 세자의 대례복, 정일품 이상의 관복이나 혼례복, 제복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왕비의 대홍색 원삼에는 봉황이나 모란무늬가 금사로 정교하게 수놓아졌고, 신분을 상징하는 문양과 색깔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경국대전』이나 『내명부 등록』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각 계층에게 맞는 무늬와 소재의 범위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고, 이를 어길 시 신분 도용으로 처벌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 침선장의 금사·은사 자수 기법: 비단 위의 정교한 전통


4. 전수의 방식: 침선장의 스승과 제자


침선장의 기술은 대부분 구전심수, 즉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깨치는 방식으로 전수되었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고, 오로지 수련과 눈썰미, 손의 감각을 통해 체득해야 했습니다.

장인의 딸이나 집안 여성에게만 비밀스럽게 전수된 경우가 많았으며 침선장은 단순한 자수 기술자가 아니라 비밀을 지닌 예술가로 여겨졌습니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며 일부 기술은 관청 산하의 장인 계보를 통해 관리되었고 궁중 여성들을 교육하는 침선방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마무리


비단 위의 금사와 은사는 단지 장식이 아니라 국가 권위와 전통의 시각화였습니다. 그 아름다움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과 그것을 오롯이 지켜온 장인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전통 자수 장인들은 이러한 기술을 복원하고 재현하며, 침선장의 전통 기법을 계속해서 전승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기술과 그 속에 담긴 조상들의 예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으며 우리 문화유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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