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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소재 백과

조선 여름 옷의 지혜: 모시와 저포로 더위를 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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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에게 만만치 않은 계절입니다.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던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30도가 넘는 찜통더위를 이겨냈을까요? 겹겹이 한복을 입는 것이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조선 시대 옷감에는 놀라운 과학과 지혜가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여름 옷 소재로 대표되는 모시와 저포 덕분이었습니다.

오늘은 조선 시대 사람들이 모시와 저포를 이용해 어떻게 시원한 여름을 보냈는지 알아보고 여름 옷 소재 속에 담긴 섬유 기술과 생활의 지혜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모시: 바람이 스치는 시원함


모시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어 온 모시풀(저마) 줄기의 껍질로 만든 직물입니다. 특히 충남 서천 한산 지역의 한산모시는 그 품질이 뛰어나 조선 시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모시는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조선 시대 여름 옷의 '왕'으로 불렸습니다.

 - 뛰어난 통기성: 모시 섬유는 다른 직물에 비해 조직이 굵고 성글게 짜여 있어 바람이 옷 안팎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옷을 입어도 몸에 달라붙지 않고 피부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시원한 촉감: 모시 자체의 섬유 조직이 뻣뻣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피부에 닿을 때 서늘한 감촉을 줍니다. 여름철 땀이 나도 쉽게 달라붙지 않아 불쾌감을 줄여주었습니다.

 - 고급스러운 외관: 섬세하게 짠 모시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고급스러운 멋을 자아냈습니다. 주로 양반 계층이나 궁중에서 여름 철 관복, 예복, 일반 생활복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모시 한 필을 짜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에 그 가치 또한 매우 높았습니다.

모시 옷은 입었을 때 바람이 솔솔 통하고 시원하며 세탁 후에도 금방 말라 여름철 위생 관리에도 유리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모시는 조선 시대 여름 옷감 중 으뜸으로 손꼽혔습니다.

 

조선 여름 옷의 지혜: 모시와 저포로 더위를 피하다


2. 저포: 실용적인 시원함


저포는 모시와 마찬가지로 모시풀로 만들지만 모시보다 상대적으로 거칠고 굵게 짠 직물을 의미합니다. 모시가 고급 직물이었다면 저포는 서민들의 여름 일상복에 더 많이 사용되는 실용적인 옷감이었습니다.

 - 뛰어난 내구성: 저포는 모시보다 굵게 짜여 있어 질기고 튼튼했습니다. 잦은 세탁에도 쉽게 헤지지 않아 노동을 많이 하는 서민들에게 적합한 옷감이었습니다.

 - 경제성: 모시보다 제작 과정이 덜 까다롭고 대량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여 일반 백성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 모시와 유사한 통기성: 비록 모시만큼 곱지는 않았지만 저포 역시 마 섬유 특유의 성긴 조직 덕분에 통기성이 뛰어나 여름철 시원하게 입을 수 있었습니다.

저포는 주로 일반 백성들의 여름 일상복, 속옷, 작업복 등으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거친 질감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통기성과 실용성 덕분에 조선 시대 백성들의 여름나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3. 조선 여름 옷감의 지혜: 단순한 멋을 넘어


모시와 저포는 단순한 여름 옷감이 아니었습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이 옷감들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더위를 극복하는 지혜를 담아냈습니다.

 - 겹쳐 입는 지혜: 한복은 여러 겹을 겹쳐 입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여름 옷의 경우, 얇고 성긴 모시나 저포를 여러 겹 겹쳐 입으면 오히려 옷 사이의 공간으로 공기가 순환하여 시원함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 자연 소재의 활용: 인공적인 소재 없이 오직 자연에서 얻은 모시풀로 옷감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 소재가 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였습니다.

 - 기능성과 심미성: 모시는 기능적인 시원함뿐만 아니라 은은한 멋으로 조선 시대의 미적 감각을 드러냈습니다. 저포는 실용성과 내구성으로 대다수 백성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모시와 저포,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지혜


조선 시대 사람들이 모시와 저포로 더위를 이겨냈던 지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철 최고급 한복 소재로 여전히 사랑받는 한산모시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능보유자들이 모시와 저포를 만들어내며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시와 삼베로 만든 옷은 현대에도 친환경적이고 시원하며 편안한 여름 옷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의 모시와 저포는 단순한 직물을 넘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의 지혜를 찾아냈던 선조들의 삶과 기술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 옷감들이 전하는 시원한 지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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